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그런데 왜 집값은 계속 오를까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한숨을 쉬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형, 나 이번에 진짜 집 사려고 했거든요. 근데 대출 한도가 확 줄었어요. 15억짜리 집인데 대출이 4억밖에 안 된대요. 나머지 11억을 어디서 구해요?” 맥주잔을 내려놓고 저도 한숨이 나왔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6억까지 나오던 대출이, 하룻밤 사이에 4억으로 줄었으니까요.
그 후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실수요자들이 같은 벽 앞에서 멈춰 서 있습니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말하고, 규제는 점점 촘촘해지는데, 정작 서울 아파트값은 취임 1년 만에 14.74%나 올랐습니다. 대책은 12건이 쏟아졌고, 규제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는데, 집값은 오히려 역대 최고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어긋난 걸까요.
규제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공급은 파이프를 막았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수도꼭지를 잠그면서 파이프도 같이 막아버린 셈입니다.
수요 쪽을 봅시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이 조정대상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습니다. 15억 원 초과 주택의 주담대 한도는 6억에서 2~4억으로 줄었고, 스트레스 금리는 1.5%에서 3.0%로 두 배나 올랐습니다. 쉽게 말하면, 집을 사고 싶어도 돈줄을 꽉 조인 겁니다.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합니다.
| 항목 | 규제 전 | 규제 후 | 변화 |
|---|---|---|---|
| 25억 초과 주택 주담대 한도 | 약 6억 원 | 2억 원 | ▼ 67% 축소 |
| 15~25억 주택 주담대 한도 | 약 6억 원 | 4억 원 | ▼ 33% 축소 |
| 스트레스 금리 | 1.5% | 3.0% | ▲ 2배 상향 |
| 규제지역 범위 | 서울 일부 | 서울 전역 + 경기 12곳 | 대폭 확대 |
| 토지거래허가구역 | 강남 등 일부 | 서울 전역 + 경기권 확대 | 대폭 확대 |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수요를 억누르면 가격이 떨어질까요? 단기적으로는 거래가 얼어붙습니다. 그런데 공급이 함께 늘지 않으면, 눌린 수요는 어딘가에서 반드시 터져 나옵니다. 마치 호스를 꺾어서 물을 막은 것과 같습니다. 손을 놓는 순간 물은 더 세게 쏟아집니다.
공급 쪽은 어떨까요.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전년 대비 71% 급감했습니다. 전국으로 봐도 18만 3천 가구로, 2013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2023~2024년에 착공이 부족했던 영향이 지금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이건 올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몇 년 이상 이어지는 구조적 공급 절벽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려는 사람의 손은 묶었는데 팔 집은 없는 상황입니다.
“규제가 곧 안정”이라는 착각
정부의 논리는 일견 단순합니다. 투기 수요를 막으면 집값이 안정된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논리에는 전제가 하나 빠져 있습니다. 충분한 공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전제입니다.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가게에 빵이 10개 있고 손님이 20명입니다. 가게 주인이 “한 사람당 하나만 사세요”라고 규칙을 정합니다. 그러면 10명은 빵을 사고, 10명은 못 삽니다. 여기까지는 규제가 작동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빵이 10개뿐이면 어떻게 될까요? 못 산 10명은 새벽부터 줄을 서고, 빵값은 올라갑니다. 규제는 줄 서는 순서를 바꿀 뿐, 빵의 숫자를 늘리지는 못합니다.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정확히 이 상황입니다. 2026년 4월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5,838만 원으로 역대 최고를 찍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3.49% 올랐고, 강북 지역은 5% 넘게 뛰었습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부정 평가 56%, 긍정 평가 31%. 대출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응답자 과반이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 2026년 상반기 부동산 정책 여론조사 결과
규제가 12번 나왔는데 가격이 역대 최고라면, 우리는 솔직하게 물어야 합니다. 이 방향이 맞는 건가.
토허제, 약인가 독인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줄여서 토허제. 이 제도를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토허제가 지정되면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사고팔 때 반드시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실거주 의무도 따라붙습니다.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좀 다릅니다.
토허제가 걸린 지역에서는 매물이 사라집니다. 팔고 싶어도 허가 절차가 복잡하니 매물을 거두고, 사고 싶어도 실거주 의무가 부담이니 포기합니다. 거래 자체가 얼어붙는 겁니다. 그러면 시세를 파악할 기준도 없어지고, 간간이 나오는 급매에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거래가 줄었는데 가격은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전세 시장도 불안해지고 있으니, 전세사기 예방 체크리스트도 함께 확인해 두시길 권합니다.
경기권으로 토허제가 확대되면서 이 실효성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서울시도 이 문제를 인식한 듯, 최근 ‘서울형 토허제’ 연구용역에 나섰습니다. 전국 평균 기준의 가이드라인이 서울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입니다.
“12건의 대책을 쏟아냈지만 변죽만 울렸다. 수요 억제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구조적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부동산 정책 전문가 평가 종합
규제 자체가 나쁜 게 아닙니다. 문제는 규제가 시장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때, 규제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는 겁니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 앞에 두 가지 길이 놓여 있습니다.
한쪽은 “수요를 더 강하게 억눌러서 가격을 잡겠다”는 길입니다. 대출 한도를 더 줄이고, 규제 지역을 더 넓히고, 세금을 더 올리는 방향입니다.
다른 한쪽은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길입니다. 정비사업 규제를 풀고, 신속한 인허가로 착공을 앞당기고, 공공택지를 확대하는 방향입니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둘은 정반대입니다.
앞의 길은 단기적으로 거래를 멈출 수 있지만, 공급이 따라오지 않으면 풍선처럼 다른 곳에서 터집니다. 지난 수년간 우리가 반복해서 경험한 길입니다. 뒤의 길은 시간이 걸리지만, 실제로 집이 늘어나기 때문에 시장이 근본적으로 안정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을까요. 12건의 대책 중 수요 억제 규제는 즉각 시행되었지만, 공급 대책은 작년에 발표하겠다고 해놓고 해를 넘겼습니다. 이주비 대출 규제가 오히려 정비사업 자체를 방해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공급을 늘리겠다면서 공급의 발목을 잡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대출 금리 변동이 걱정되신다면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예금 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참고해 보세요.
실수요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부정 평가가 56%입니다.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습니다. 야당은 “역대 최악”이라 하고, 참여연대조차 “변죽만 울렸다”고 비판합니다. 좌우를 막론하고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요.
그런데 여기서 정부만 탓하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 정책이 어려운 이유는, 한쪽을 세우면 다른 한쪽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규제를 풀면 투기가 붙고, 규제를 조이면 실수요자가 피해를 봅니다. 어느 정부든 이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수요 억제만으로 집값을 잡은 나라는 역사상 없다는 사실입니다. 집값은 결국 공급이 답합니다. 그리고 그 공급은 5년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착공에 들어가야 3~4년 뒤에 효과가 나타납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오늘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 세 가지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하려 합니다.
지금의 규제가 투기꾼을 막고 있는 건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는 건지,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지어지는 집의 숫자가 늘고 있는지, 확인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도 물어봅시다. 부동산 뉴스에 일희일비하며 불안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숫자와 팩트로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는지. 정책을 비판할 때도, 근거 없는 불만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질문을 던지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비판적 사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집은 사는(buy) 것이기도 하지만, 사는(live) 곳이기도 합니다. 정책이 이 두 가지를 모두 지켜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부동산 안정”이라는 말을 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불확실한 시기에 자산을 어떻게 지키고 불릴 수 있을지, 2026년 하반기 재테크 전략도 함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